거북이삼남매 Episode.01 | 숨바꼭질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이제는 고전 코미디에 등장했던 김수한무의 장수를 기원하는 이름 중에 거북이는 빼야 할 지도 모르겠다.
환경에 대한 문제는 오래 전부터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와 먼 이야기로 치부해왔다. 매일같이 내가 버린 쓰레기를 치워주는 사람이 있었고 불편을 느낄 만큼 그 문제가 나와 가까이 있지 않았으니까. 어느 순간 우리 두 딸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니 지금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 있다는 절박함과 죄책감이 느껴졌다.
서툰 실력으로 애니메이션과 소감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우리들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에게 더 나빠지지 않은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메시지를 나름의 방법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해안에 버려진 쓰레기는 거북이 삼남매의 놀이의 도구였지만 너무 많은 쓰레기로 인해 언니, 오빠를 찾을 수 없어 슬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거북이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삶의 터전인 바다로 플라스틱이 흘러가며 생명을 위협하는 도구임을 암시한다. 버려진 병뚜껑에서 소라게가 나타나고 마지막까지 숨바꼭질을 성공(?)한 소라게의 뚜껑이 아이러니하게 쓰레기이면서 집이 된다는 다소 서글픈 이야기를 표현했다.
거북이 남매를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우리가 쉽고 편하게 쓰던 플라스틱 빨대가 거북이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고 고통스러워하던 장면이다. 플라스틱 빨대 뿐 아니라 그물, 작은 플라스틱 조각, 비닐 제품 등이 거북이를 비롯한 바다 생물을 서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나는 기억할 수도 없는 10년, 20년 전에 버린 폐플라스틱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미안함에 마음이 무겁다.
여기에는 소라게도 등장하는데 소라게 역시 인류가 버린 쓰레기로 인해 습성이 변한 바다 생물 중 하나다. 소라게는 원래 소라 껍질 등으로 연약한 등 부위를 감싸고 집처럼 이용하여 몸을 보호하며 살아간다. 플라스틱 뚜껑이나 용기의 일부는 소라게가 은신하기에 좋은 형상을 갖고 있으나 그런 이유 때문에 소라게가 플라스틱에 사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플라스틱 제품에서 살다가 죽은 소라게의 유전 정보를 인지하고 다른 소라게가 소라 껍질로 착각해서 살게 되는 것이다. 형상이 들어가서 나오기 어려운 경우에는 먹이를 찾으러 다니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림은 직접 손으로 라이트박스 위에서 스케치한 후 색연필로 채색했다. 다소 처음 의도와는 달리 되었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 시놉시스를 쓰고 애프터이펙트로 모션을 만들고 음악을 넣는 과정에서 다소의 환경운동가가 된 기분을 느꼈다.
생활 속에서 가능한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잠깐 왔다 가는 인생인데 너무 생각없이 소비하고 쓰레기를 만든 것은 아니었는지. 지금이라도 잠시 빌려 쓰는 자연을 아끼고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지구를 물려주도록 노력해야겠다.
- 시놉시스
어느날, 거북이 삼남매가 바닷가에 숨바꼭질을 하러 나왔다. 막내 거북은 술래가 되어 언니, 오빠를 찾는데 쓰레기 틈에서 찾을 수가 없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언니, 오빠는 막내 거북의 울음소리를 듣고 뛰쳐나와 달래며 바다 속 집으로 향한다.
해변에 있던 쓰레기는 거북이 삼남매의 터전인 파도에 쓸려 바다로 흘러가고 소라게도 삼남매 몰래 숨바꼭질을 하다가 거북이들이 모두 떠나자 밖으로 나옵니다. 숨바꼭질이 금새 끝나 아쉬웠지만 플라스틱 집을 얻은 소라게는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