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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 만들기 | Stop Motion Animation

Fly_Sunshine 2020. 3. 29. 22:26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촬영 대상의 움직임을  연속으로 촬영하는 것과 달리 움직임을 한 프레임씩 변화를 주면서 촬영한 후에 전체 프레임을 연결하여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애니메이션 기법이다. "Stop Motion"이라는 용어는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애니메이터가 끼어들어 작업을 멈추고 모델이나 오브젝트의 동작을 연출한다는 의미이다. 

 

 집에 사용하지 않는 구형 스마트폰이 있어서 애니메이션 제작 앱을 깔고 첫째 딸, 재인이에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이렇게 재미있는 두 편의 영상을 만들었다.  

 처음에 재인이가 만든 영상을 보고 의외로 잘 만들어서 깜짝 놀랐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창의력이 좋은지 새삼 느낀다. 아이들이 자신이 노는 장난감으로 애니메이션을 한 편 만들어 보는 것도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제작은  아이폰5, Stop Motion Studio(App)을 이용했다.

 

아이폰5에 Stop Motion Studio 설치
Stop Motion Studio (App Store)

 

 

 평소에 두 딸이 즐겨 노는 작은 장난감들, LOL 서프라이즈 인형으로 만들었는데 목욕하기 전에 옷을 벗고 입는 섬세함까지 보여주어서 정말 놀랐다. 전문적인 애니메이션처럼 매끄럽지는 않지만 자신이 생각한 장면을 시간 순으로 구현했다는 것이 너무 멋졌다. 특히나 아기자기 무대도 준비하고 소품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게 입꼬리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두번 째 만든 애니메이션은 구두가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한 영상인데 구두만 움직이며 투명인간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분홍 구두가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앙증 맞다.

 

 애니메이션은 일본 만화 건담부터 좋아했지만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는 "월레스와 그로밋"을 처음 봤을 때였다. 클레이로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배경과 세트를 만들고 클레이로 만든 대상을 프레임마다 아주 조금씩 움직여서 만들었다. 초당 24프레임(또는 그 이하)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을 지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주인공의 섬세한 움직임도 놀랍고 소품들이 움직이는 모습도 무척 예쁘다. 똑똑한 강아지 그로밋이 주인 잘못 만나 안타깝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을 적절하게 해결하는 모습에 정감이 간다. 

 

 

월레스 앤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

 

 내가 좋아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터 중에 한 명은 Trisha Zemp인데 상업용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든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상이 특징인데 과일, 과자, 종이 등 여러 가지 소재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https://trishazemp.com/  

 

 지난 홍대 상상마당 애니메이션 수업에서 좋은 강의를 해주셨던 정다희 감독님의 애니메이션도 무척 좋다. 애초에 정다희 감독님의 영상을 보고 "너무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강의도 있어서 망설임 없이 수업을 등록했었다. 주로 한 컷씩 그림을 그려서 움직임을 주는 '전통적인 방식'의 애니메이션이다. 

 나는 Le Temps de l'Arbre라는 작품이 가자 마음에 들었다. 실사와 색연필로 그린 애니메이션의 조화가 무척 예쁘고 4등 분의 종이에서 각각의 연결된 이야기는  보는 이가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에 2초를 작업하신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장인'의 느낌을 받을 정도로 독립애니메이션 작업이 쉽지 않고 특히 한국이라는 나라가 독립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고 마씀하셨던게 기억난다. 

 이 외에도 재미있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많은데 이렇게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감독님(깐느에도 초청됨)이 우리 나라에 있다는게 감사하고 마음 속으로 항상 감독님을 응원하고 있다. 

 

Le Temps de l'Arbre 정다희 감독

 

http://jeongdahee.com/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은 Negative Space인데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옷과 소집품들이 가방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지 감탄할 만하다. 어디론가 떠날 때(영화에서는 출장) 짐을 싸는 가방과 세상을 떠날 때 눕는 관을 비교하며 Negative Space라고 제목을 부여한 것은 정말 탁월했다. 빈 공간 없이 "Perfect"했던 가방 짐싸기를 소재로 '죽음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다'는 의미를 색다르게 전달했다.   

 나도 재미있고 예쁜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보는데 정다희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같이 이야기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의 소재나 방식들이 다소 1차원적이니 뻔한 이야기처럼 되버리는데 책과 동화를 많이 읽고 의미있는 시놉시스를 만들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