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한끼 | 볶음밥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은 좋아도 밥을 차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가장 어려운 부분이 '어떤 메뉴를 정할 것인지'다. 그 많은 음식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특히나 나처럼 미식가적인 성향이 전혀 없는 사람은 어떤 음식이든 잘 먹고 때 되면 위장에 무엇이든 채워놓으면 되다 보니 식단에 대한 투정은 없지만 딱히 뭘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그 이유가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 있어서, 독서를 해야 해서' 등의 좀더 고결한 목적 때문이라면 좋겠지만 진짜로 나는 음식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
아내도 주말에는 가능한 가사에서 벗어나고 싶고 나도 요리에 대한 관심을 좀더 갖어야겠다고 다짐하던 차에 주말 아침 한 끼는 내가 하기로 했다. 아내는 아침을 안 먹으니 나와 아이들의 기호만 맞추면 되니 고민을 덜 수 있었고 나 역시 뭘 먹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없는 만큼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추천받아 만들면 됐다. 의외로 간단했다.
첫째 재인이는 내가 '먹괴'라고 부를 정도로 먹고 싶은게 많다. 방금 밥먹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엄마, 뭐 먹을꺼 없어?"를 수시로 연발한다. 아홉 살이 되었으니 한창 많이 먹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니 안 먹는 것보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입이 짧았던 둘째 라임이도 언니 따라 '먹을꺼'를 수시로 외친다. 요즘 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등교(등원)도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으려니 맛난 음식 달라고 삐약대는 아이들을 아내 혼자 감당하기란 쉽지가 않다.
원래는 김밥을 하려고 했으나 재인이가 볶음밥을 추천해서 아침으로 준비해보기로 했다.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최대한 고객(우리 두 딸)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도록 해보자.
🥦 재료는 양파(1/2), 참치(1/2), 당근(1/4), 계란(2개), 밥(2공기)
1. 먼저 야채를 손질하고 잘게 자르고 볶는다.

2. 웍에 야채와 참치 그리고 밥을 함께 볶는다.

3. 볶은 밥을 그릇에 담고 애그스크램블을 얹는다. 김으로 예쁜 얼굴을 만들어주고 케찹을 뿌린다. 짜잔~


두둥! 평가의 시간!
"재인이, 라임이 맛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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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최고! ~🤩"
아이들 뿐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대접했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맛있다"라는 대답일 것이다.
우리 재인이는 평가에 매우 관대하다. 그래서 음식할 만 하다^^ 맛나게 먹어줘서 고마워 우리 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