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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

인천 모래내시장 나들이

 지난 주말에는 오랜 만에 인천 구월동에 있는 모래내시장에 갔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식량도 비축하고 간만에 코에 바람도 넣을 겸 온 가족이 출동했다. 

 재작년에 처음 갔던 모래내 시장에 대한 기억이 좋았는지 집 밖에 영 나가기를 꺼려하는 아이들도 흔쾌히 따라나섰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아서 다소 놀라웠다. 

 

 첫째 재인이는 먹고싶었던 바지락 칼국수 집에 가자 완전 신났다.

 

바지락칼국수를 맛보며 즐거워 하는 두 딸
반찬가게 구경 중

 

 요즘도 그렇지만 집에 있다 보면 보통 이런 식의 대화가 많다. 

 

아내 : "오늘은 뭐 먹지? 뭐 먹고 싶어?"

나    : "너 먹고 싶은거"

아내 : "입맛이 없어서 뭘 먹고 싶은지도 모르겠어"

나    : "나도"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할 때면 항상 묻는 질문인데 나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지금까지 반찬 투정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무슨 음식이든 “잘” 먹는게 습관처럼 몸에 베었고 연애할 때도 아내가 원하는 식단으로 대부분 정했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봤지만 아내는 결국 내가 먹고 싶은 음식 대신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점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사실 내 의사는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

 

 선호하는 음식도 그렇지만 조리가 까다롭거나 외식의 경우에는 음식의 가격이 비싸다거나 하는 이유로 낙점되지 못하는 메뉴들도 상당수였다. 아무래도 두 딸도 먹을 수 있는 식단이어야 한다는 조건 역시 메뉴 선정에 있어 큰 작용을 한다.

 

시장을 두리번거리며 먹잇감을 찾는 두 모녀

 

그런 반복적인 일상을 지내다가 재작년 10월에 처음 모래내시장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새삼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아내의 입에서, 또 내 입에서 응어리진 고요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와! 맛있겠다!”

 

 순간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고소한 음식 냄새에 연신 “맛있겠다, 먹고싶다”를 외치며 이목구비가 온전히 시장에 즐비한 음식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말린 생선, 여수 돌문어, 갈치, 곱창전골, 반찬들에 온 신경이 쏠려 지갑 열기에 바빴다. 사실 마트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착한 가격에 광분하며 10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는데 양손이 무거워 자동차 트렁크에 한 번 옮겨놓고 와야 할 정도로 많은 식량을 살 수 있었다.

 

 국수집에 들러 밥을 먹으면서도 시장에 오기를 잘 했다며 흥분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시장이라는 특유의 느낌이 좋다. 덤으로 주는 것도 있고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마트나 쇼핑몰보다 훨씬 날것의 활기참이 있다(채소 가게에서는 딱 정량만 줘서 약간 실망함).

 두 딸, 재인이와 라임이도 신이 나서 장난감과 악세사리에 눈을 떼지 못하고 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을 보며 무척 들떠있었다.

 

 돌이켜보면 과거에 우리들에게도 먹고 싶은 음식이 많았고 항상 금전적으로 쪼들리던 학생에서 벗어나 직장인이 되니 즐기지 못한 것들을 향유할 수 있었다.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항상 빠듯한 예산에 마트를 가도 몇 개 담지 안은 카트는 몇 만원을 훌쩍 넘기는 것을 매주 경험하며 생각이 점점 옹색해진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앞선 걱정이 식욕을 떨어뜨린 원인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해본다. 시장에서는 어디를 가든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데 오감을 모두 자극하기 때문에 식욕이 살아난게 아닐까 하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내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도 반찬을 푸짐하게 사고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부대찌개도 샀다. 9,900원 "아부찌" 부대찌개는 가격도 저렴한데 맛이 우리 입맛에 딱 맞아 너무 좋았다. 요건 다른 포스팅에서^^

 

 인생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식도락인데 먹고 싶은 음식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무엇을 먹을 지에 대한 결정이 어쩌다가 짐이 되었을까. 과거에는 즐겁고 행복했던 일들이 현재에는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가 어찌되었든 이번 재래시장에서 장 보는 시간은 아주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북적대는 사람들의 느낌, 온갖 맛나는 음식 냄새는 확실히 나와 아내의 식욕을 북돋는 자극제가 되었다. 마트보다 시장으로 나들이 겸 장보러 가는 기회를 자주 갖어야겠다.

 

 

재작년 가을 귤을 사고 있는 아내와 막내

 

아내가 좋아하는 탐스러운 홍시

 

생선 가게 앞에서 구경 중인 막내

 

악세사리 가게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가들

 

온갖 채소가 모여있는 걸 보니 고기 생각이 난다^^

 

 둘째가 좋아하는 귤을 들고 해맑게 웃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인천 모래내시장에서 귤을 들고 좋아하는 둘째